사실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만, 친구를 억지로 끌고 영화관에 갔습니다.
의외로 재미있었고 볼만했습니다.
이제부터 스포일러가 있을지도 모를 감상에 들어가겠습니다.
재난영화... 로서는 조금 별로였을 수도 있습니다. 기대한 지진해일은 정말 스토리와는 상관없이 따로놀다가 마지막에 갈등해소 및 시각적 쾌감을 위한 도구 이상의 의미는 없었던듯 합니다.
물론 대마도 지진으로(왜 하필 수심이 얕은 대마도일까...) 해운대에 거대한 지진해일을 발생 시킨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입니다만,
과학적으로... 라는 말앞에 자유로울 수 있는 재난물은 정말 드물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작인 노잉이라거나, 90년대에 아마게돈만 봐도 충분히 막장인데, 재난 영화에서 <과학적>보다는 <그럴듯>한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앤터테이먼트 영화라면 역시 재미가 중요하고, 재난물에서 재미란 역시 우리가 보고싶은 파괴! 또는 그 참담함 속에서 그려지는 사람들의 드라마가 아닐까하는 생각이죠.
그런대 해운대를 재난물로써 재미있었나? 라고 물어본다면 확실하게 답하기 어렵겠군요.
해운대의 모든 갈등은 지진해일이랑 상관없이 후반부까지 이어집니다.
가끔씩 재난물에 꼭 등장하시는 왕따 과학자께서 위험을 예고하지만, 정말 가끔씩 따로 노시기 때문에, 그냥, 나중에 지진해일이 와야하니까. 예의상 등장해주시는 기분입니다.(물론 가족들간의 갈등을 위한 조연으로써는 충실합니다.)
좀 심하게 말해서 굳이 지진해일이 안와도 상관없을 정도로 재미있게 드라마가 흘러가다가, 재난크리로 한방에 갈등해소라는 느김이 들정도로 따로 놉니다.
그래서 재난 물이라기보단 코믹요소가 강한 가족드라마에에 재난이라는 소재가 들어있는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뭐, 장르가 어떻든 간에 확실히 볼만한 대중영화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캐릭터에 몰입해서 웃을 수 있었고, 재난 씬은 의외로 꽤 볼만했으며, 신파씬도 큰 거부감 없이 뭉클했습니다.
특별히 무엇을 꼽아서 최고다! 라고도 못하겠지만, 충분히 재미도있었습니다.
작가주의적인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야기가 너무 상투적이고 평범하다라고 생각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만큼 대중적 재미를 주는 코드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아쉬운점은 아마게돈을 봤을때 아버지 둑었는데 애인돌아왔다고 해맑게 웃으며 포옹하는 장면에서 약간 당황스러웠던 부분이, 동생이 둑었는데 장례식장씬에서 슬퍼하다가 다음씬에서 여친이랑 즐거워하는 모습과 겹치는 느낌이 들더군요.
또, 어떤 예상치못한 재앙이 모든갈등을 해결해주고 끝나기보다는 그대로 극이 절정에 올랐다면 어떨까도 생각해보았지만, 보고싶었던 것이 가까운 동내의 지진해일이였기에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잘 알고 친숙한 건물들이 파도에 휩슬리는 장면은 정말 괜찮은 몰입감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인이라면 일본침몰을 저보다 더 재미있게 보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고, 인디펜던스데이에서 백악관 폭발씬이 왜 떠들석했는지 좀더 확실히 알 것 같더군요.
마지막으로 한국형 재난물이란 어떤것일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만드는 사람이 한국땅에 태어나서 한국땅에서 자랐다면 아무리 발버둥을 처도 한국적인 작품이 나올꺼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한번 더 생각해 봤습니다.
누구는 휴머니즘 이야기도 합니다만, 떠올려보면 딱히 헐리웃이나 일본이 휴머니즘없는 재난영화를 만들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 재난물들과 차별되는 해운대의 특징이 무엇일까 생각해봤습니다.
일단 나라가 막장이네요. 대부분 재난물에서는 나라가 뭔가 대비를 하려고 발악합니다. 왕따 과학자 말 안들어주더라도 나름대로 뭔가 하긴 하죠. 꽤 비장하기도 하구요.
그러고보니 한국영화 대부분의 흥행작은 장르 상관없이 나라가 정말 막장입니다.
2005년 훗카이도 지진때, 우리나라에 별 영향은 없었지만 기상청에서 해당지역에 대피령을 내린적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국가를 너무 무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입니다만, 그만큼 국민정서가 국가를 신뢰하지 않고,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두번째로 코매디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어떤장르던지, 우리나라에서 흥행한 한국영화들 대부분의 공통적인 특징은 코매디가 있다는 것 같습니다.(흥행영화 10위권에서 태극기 휘날리며가 그나마 코매디랑은 거리가 먼것 같군요.)
개인적으로 나라막장은 한국형이라 부르기에는 좀 약할 것 같고, 한국형 재난물이란 코매디가 살아있는 재난물을 말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이상한 결론으로 감상끝~
2009년 8월 3일 월요일
해운대를 보고와서(한국적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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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from: ‘해운대’, 쓰나미는 단지 거들뿐
답글삭제160억 원짜리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 <해운대>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작품은 윤제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엄밀히 따지면 윤제균 감독 영화의 경우 작품에 따라 편차가 상당히 심한 편이다. 안 좋은 영화는 아주 안 좋거나, 흥행에 성공해도 작품에 대한 평가는 밑바닥을 치는 경우도 있었으며, 흥행에 성공하고 작품에 대한 평가 역시 좋은 경우도 있었다.
trackback from: 해운대
답글삭제(텍스트큐브닷컴 제공 유튜브 동영상 검색 기능을 활용하여 덧붙임) 준섭 도사와 일주 도사가 방에 들어오더니 느닷없이 심야랑 조조 가운데 어느 쪽이 좋냐고 물었다. 나는 둘 다 괜찮다고 하였고, 두 사람의 의견 교환 뒤 심야 영화를 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아주 오랜만에 심야 영화를 보고야 말았다. 졸리졸리...;; 해운대. 한국 최초 재난형 블록버스터. 그리고,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뭐, 내가 알고 있는 건 딱 그 정도였다.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