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17일 화요일

싸제의 추억...

이등병 시절에 집에서 바디로션을 보내준적이있었다. 입대전 피부가 약간 건조하다는 피부과 의사의 말이 있었는데 어머니 입장에서는 꽤 걱정스러웠을것 같다.

아무튼 소포안에서 바디로션이 나왔을때 그 내무실의 분위기란...

결국 상병완고 녀석이 압수해가서 한통 잘쓰고 전역했는데... 싸제를 쓴다는건 일종의 짬의 상징같은거다.

비누의 경우에도 일병 꺽이기 전에 보급비누 대신 싸제비누를 쓴다는건 앞으로의 군생활을 힘들게 하는 짓이였는데, 나는 전역할때까지 보급비누로 잘 보냈었다.

일종의 심리적인 현상인데, 같은 성분으로 제조한 똑같은 품질의 제품이더라도 보급이면 왠지 안좋은것 같고 못미더우며, 어떤 음모론적인 성분이 들어있는것 같고, 싸제라면 최근에 노벨상 받은 학자가 연구계발한 최고급 소제나, 어떤 신비한 화학 성분이 들어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뭐랄까... 국가 기관이나 공인된 기관의 연구보다는 사기업의 알수없는 연구실이나 능력이 의심스러운 소규모 단체의 연구에 솔깃해지는 것과 비슷할려나.

아무튼 싸제가 더 좋아보이고 더 좋은건 짬순으로 가지는것이 군대라는 곳이다.

다 고만고만한 녀석들이 모여있는데 계급을 나눈다는 것은, 위에있는 녀석이 아래에 있는 녀석을 여러가지로 누르거나 압박하는것 만큼 좋은게 없다.

예를 들어 건빵후레이크는 상병때부터 라거나, 특정 언어를 쓰지 못하게 함으로써 하급자가 아무리 똑똑해도 멍청한 상급자에게 개길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물론 위의 예들은 다 사병들끼리 지 멋대로 만든 통제방법으로, 공식적으로는 금지되어있다.(파견다니면서 안거지만, 언어사용의 통제방법도 부대마다 미묘하게 다르다.)

싸제도 원칙상으로는 누구나 살 수 있다.(아니면  PX에 존제하는 그 수 많은 물품들은 다 뭐란 말인가?)
하지만 생활 검열할때 꼬장꼬장한 하사관에게 걸려서 단체로 머리를 박을 수 있는 물건도 싸제다.

조금씩 나아지긴 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이건 고만고만한 애들끼리 모여서 나름 계급에 맞게, 나름 평화롭게 2년을 보내기위한 군대의 본질같은 거니까.

그리고 그 본질에 맞게 생각해보자면 한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군대가 편해지든 힘들어지던, 급격한 변화속에서 제일 조심해야할 것은 후임병이다.

그러니까 후임병들은 긴장하라, '군대 참 많이 좋아졌다~'라며 먼산을 응시하는 선임병들이 많아질태니~

역시 이러니 저러니 해도 군대는 빨리갔다오는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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